2019. 11. 5. 14:38ㆍ영화 봤다 ㅋㅋㅎ/애니메이션
지금까지 봐왔던 토이 스토리 시리즈 중에서 내 마음에 가장 와닿는 이야기는 이번 토이 스토리4였다.
픽사 사리즈와 디즈니 시리즈의 차이를 꼽으라면 노래의 유무다. 디즈니 영화는 중간중간에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노랫소리가 들려오지만 픽사의 경우에는 노래보단 이야기에 집중시킨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디즈니와 달리 노랫소리가 없는 픽사의 토이 스토리 시리즈 이야기는 멈출줄 모르는 꼰대의 잔소리처럼 느껴지기 보다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장난감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보니 인간이 평소에 보지 못했던 침대 밑, 회전목마 하단, 가구 뒷편, 쓰레기통 등등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내가 바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풍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이와 같은 시선을 선물해준다. 그래서 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안겨주는 가치는 멈출 줄 모르는 꼰대의 잔소리와 비유할 수 없다.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앤디가 동네 꼬맹이 보니에게 자신의 장난감들을 선물해주면서 끝이 난다. 그 보니는 어린이집에 가서 플라스틱 포크를 활용해 '포키'라는 이름의 허접한 장난감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허접한 장난감은 거짓말처럼 다른 장난감들처럼 말을 하고 움직인다. 포크로 만들어진 '포키'라는 친구는 자신은 장난감이 아닌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쓰레기라고 자각하여 보니의 곁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런 포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의 부모의 곁에서 벗어나 도망가려는 반항심 섞인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나 포키나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냥 눈을 떠보니 나라는 존재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존재는 단 하나도 없다. 태어나는건 내 의지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건 내 의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을 제대로 찾아주질 않는 주인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려는 우디의 모습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주인의 곁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포키의 모습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들이었다. 우디의 모습은 부모님께 사랑을 받고 싶어서 평소 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 않아도 될 무모한 행동들을 끊임없이 하거나 자신의 마음 속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종속적인 아이의 모습과 같았다. 반면에 포키는 자신의 생김새와 처지를 끊임없이 비관하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부모님의 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반항적인 아이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영화 토이 스토리4는 다른 시리즈보다 다채롭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역시 믿고 보는 픽사다.
왓챠 별점 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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