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렉2에 대한 생각

2020. 1. 5. 14:37영화 봤다 ㅋㅋㅎ/애니메이션

 

 영화 슈렉 시리즈는 기존의 아키타입을 고수하는척 하면서 방향을 틀어버리는 반항아적인 이야기 구조가 가장 큰 매력이다.

 

 슈렉2 초반부에서는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안고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과자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문의 틈이 비좁아 들어갈 수 없게 되자 피오나를 안고 있던 슈렉은 집을 부수고 그냥 들어가버린다. 이 모습은 슈렉1처럼 클리셰를 활용하여 기존의 아키타입을 박살내겠다는 귀여운 선언으로 느껴졌다.

 

 악당은 언젠가 벌을 받고, 주인공은 행복할 것이라는 무의식은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착한 생각을 품게 해주려고 만들어진 동화책 이야기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주었다. 예를 들면 공주는 왕자와 결혼을 해야한다거나 공주는 항상 예쁘고 공주와 결혼하는 왕자도 존나 멋있어야 한다는 무의식이 대표적이다.

 멋진 남자를 칭하는 말이 '백마 탄 왕자'가 되어버린 것도 동화책의 영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이처럼 인간의 무의식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이나 만화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 영화 슈렉2의 매력은 어렸을 때 봐왔던 동화책의 등장인물들을 출연시켜 무심결에 자리잡았던 고정관념들을 완전히 박살내어버린다.

 

 

 영화 슈렉1에서 그려진 피오나 공주를 바라보고 있으면 동화책에 빠져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교정해야 할 인물로 느껴졌다. 하지만 슈렉 2에서 생각을 교정해야 할 인물은 피오나 공주가 아닌 슈렉이었다. 슈렉은 피오나 공주의 배우자가 되기에는 적합한 외모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슈렉의 이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슈렉이 숲 속에서 혼자 살 때 방구와 트름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았던 이유는 부정적인 시선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당당했던 사람도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다면 당연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거다.

 

 인간은 주변의 자연환경이나 도구가 없으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얼굴에 신경을 쓸 시간에 내 마음을 더 돌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을 살피기 위함일 지도 모른다.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사랑하여 새롭게 변화하려는 모습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런데 기존의 마음가짐이 아닌 외모를 바꾸려고 하는건 잘못된 생각이다. 슈렉을 힘들게 했던 것은 못생긴 외모가 아니라 못생긴 자신을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렉이 바꿔야 할 것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가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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