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렉3에 대한 생각

2020. 1. 6. 14:51영화 봤다 ㅋㅋㅎ/애니메이션

 영화 슈렉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성에서 벗어나려는 참신함이다. 슈렉 1, 2의 시작은 동화책에서 그려져왔던 익숙한 이야기 구성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하나의 선언을 하면서 시작했었다. 하지만 슈렉3의 시작 부분은 전작인 슈렉1, 2와 살짝 다르다.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의 이야기, 동화책에서 그려진 익숙한 이야기 구성을 대놓고 조롱하고 비웃기 바쁘다. 동화책을 사랑하는 꼬마애들은 슈렉3의 그림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동화책을 사랑했던 어른인 내 입장에서는 통쾌했다.

 

 과거 SBS에서 방영했던 'K팝스타' 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듣기에는 노래를 참 잘하는데 심사위원들은 따분해하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슈렉을 보고나서 K팝스타 심사위원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K팝스타 심사위원들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진부하다는 평을 내린 생각의 형태는 내가 동화책에서 봐왔던 이야기를 다시 마주할 때의 따분함, 식상함과 비슷할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고정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매우 다양하고 다채로운 면을 갖고 있다. 평화주의자 간디는 사창가를 자주 드나들었으며 위대한 세종대왕은 고기 반찬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의 고정적인 면만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주는 ㅇㅇ해야 한다.', '왕은 ㅇㅇ해야 한다.' 와 같은 전형성에 갇히고 만다.

 

 

 영화 슈렉3은 동화 속에 등장한 익숙한 인물들인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당들을 등장시킨다. 그런데 동화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이들의 출연을 반갑게 여기겠으나 동화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들은 '저 새기는 누구지?', '뭐 어쩌라고?' 같은 의문을 품고 그냥 보게 된다. 그게 바로 나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캐릭터들이 종종 등장하느라 공감하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슈렉3를 가치있게 생각한 이유는 동화책에 등장한 친숙한 인물들의 다양한 면들을 연출하여 동화책이 만들어낸 인물의 전형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왜 악당은 항상 나빠야만 하는가?", "왜 공주는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는가?", "왜 왕은 항상 듬직하고 용맹해야 하는가?", "왜 공주는 항상 착해야하는가?" 등등 처럼 말이다. 

 

 

 슈렉 시리즈는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전형성을 뒤집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콤플렉스, 두려움,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슈렉 시리즈는 가족 영화로 최고라 생각한다. 슈렉을 통해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기존의 전형성, 콤플렉스, 두려움에 대해 가볍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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