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3. 14:11ㆍ영화 봤다 ㅋㅋㅎ/SF, 판타지
히어로, SF물이라 하면 대체적으로 때리고 박살 내는 데에 집중한다. 하지만 어벤져스 시리즈는 살짝 다르다. 여느 히어로 SF영화처럼 때리고 박살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상당히 세련된 담론을 품고 있기 때문에 간지가 난다. 다른 SF 히어로물에서 느낄 수 없는 여운을 남겨준다.
이야기의 첫 시작은 절대적인 힘을 거머쥐어 우주를 통치하겠다는 타노스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다. 그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보다 우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절대적인 힘을 거머쥐려 하기 때문이다. 타노스의 태도는 전 우주인들에게 안정적인 삶과 행복을 자신의 행동원칙으로 삼고 있는 전형적인 공리주의자에 가까웠다.
흥미롭게도 타노스와 비슷한 공리주의자가 또 여러 명 등장한다. 대표적으로는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1' 시리즈를 보면 그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여 공리주의와 거리가 먼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죽을 위기에 처하면서 나 자신보다는 최대 다수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공리주의자로 전향했다. 그런데 타노스와 아이언맨은 같은 공리주의자인데 왜 둘은 손을 잡지않고 맞서 싸울까?
타노스는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느라 수 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외면하는 악덕한 공리주의자였다. 반면 아이언맨은 다수의 행복과 불행까지 함께 고려하는 공리주의자였다. 그래서 아이언맨은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수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강제하려 한 타노스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어밴져스 인피니티 워' 의 매력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느라 타인의 불행을 외면하는 악덕한 공리주의자와 다수의 행복과 타인의 불행까지 살필 줄 아는 공리주의자와의 대결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안겨준다.
우리 사회에서도 타노스와 같은 생각을 품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악덕한 공리주의자들이 참 많다. '집단을 위해서 희생해라', '집단을 위해서 침묵하라', '감내해라' 등등의 말들을 뱉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결국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줬는지 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는 지를 다시 한 번 살펴야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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