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퀸에 대한 생각

2020. 4. 22. 13:25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 엘리자베스 2세가 다이애나 죽음과 민심에 무관심했던 이유

 

 영화 더 퀸은 영국의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마이클 쉰)와 현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헬렌 미렌)의 이야기다. 영국의 총리인 토니 블레어가 선임되고 나서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왕실이 침묵하자 영국 국민들은 왕실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다. 당시 왕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하게 커진다.

 

 엘리자베스 2세가 다이애나의 사망과 국민들의 여론에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한 이유는 영화 초반부에 그려져 있다. 다이애나를 향한 인기는 영국의 왕실보다 뜨거운게 탈이었다. 특히 찰스 왕세자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보니 영국 왕실의 입장에서는 다이애나가 탐탁치 않았다. 다이애나의 결혼 생활이 안정적으로 흘러갔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다이애나의 남편 찰스 왕세자는 유부녀와 밀회를 이어가다 결국 다이애나와 이혼한다.

 다이애나는 찰스 왕사제와 이혼을 하여 영국 왕실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영국 왕실은 다이애나의 사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주 입장이었다.

 

다이애나는 이혼 후에도 자선활동을 활발히 했는데 가장 관심을 가졌었던 대인지뢰 제거운동이었다.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고 나서 대인지뢰 금지 국제운동본부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이 때 다이애나의 행적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는다. 다이애나의 행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귀감을 안겨주었으며 그녀의 인기가 높아질 때마다 영국 왕실의 인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영국 왕실의 입장은 다이애나가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007 스파이 같은 사람들이 영국 왕실의 의뢰를 받아 다이애나를 죽였다는 루머도 함께 돌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가 민심, 여론을 읽는데에 둔감했던 이유 또한 영화 초반부에 드러나 있다. 영국 노동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는 뉴스로 시끌벅적하자 투표권이 없는 엘리자베스 2세는 "나도 한 번 쯤은 투표를 해보고 싶다. 나도 사람들과 누구를 찍었다는 대화를 해보고 싶다.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라는 말을 한다. 생각해보면 영국의 왕실은 어떤 당이 지도를 하는지에 따라 삶에 변화가 없다. 그래서 영국의 여왕은 정치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서 요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에 대해 둔감할 수밖에 없다.

 

 

- 토니블레어의 과감함

 

 영국의 노동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둬 토니 블레어(마이클 쉰)가 총리로 등극하자 영국 왕실은 시끌벅적했다. 토니 블레어는 전형적인 개혁가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토니 블레어의 아내도 군주제를 반대하다보니 영국 왕실의 사람들은 전통을 흔들거란 우려를 표했다. 

 

 영국의 총리라고 하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법과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다르다. 영국은 미국처럼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영국의 상원의원은 인명직이고 하원의원은 투표를 통한 선출직이다.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하원의원의 수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정당의 대장이 영국의 총리가 된다. 토니 블레어가 총리가 된 것은 영국 노동당이 투표에서 승리를 했을 때 노동당의 당수였기 때문에 총리로 등극한 셈이다. 만약 야당이 투표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현직 총리가 사임하고 그 당의 당수가 총리로 등극한다.

 

그런데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하여 바로 총리가 되는건 아니다. 총리를 임명하는건 여왕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헌법에 따르면 영국의 여왕이 하원의원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총리로 선출해야 한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국의 여왕은 선거에서 승리한 당의 수장을 총리로 지명한다.

(영화 더 퀸에서는 토니 블레어가 최연소 총리가 되었다고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이 영국 역대 최연소 총리로 다시 등극한다. 물론 브렉시트에 대한 책임으로 사임)

 

 토니 블레어는 국민들의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아 자리하게 된 개혁가의 색깔을 품은 총리이다. 그런데 그는 민심을 대변하기 보다 오히려 왕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영화 초반부 전통을 흔들 것이라는 왕실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영국 왕실을 보호하기 위하여 왕실과 대중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에 대한 현실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좌파지만 이라크 전쟁 파병을 옹호하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부시의 푸들이란 별명까지 얻었을까. 하지만 영화 '더 퀸'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 어느 쪽으로도 왼쪽, 오른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킬 줄 알았던 멋진 총리였다.

 

 

 

 엘리자베스 2세는 "투표가 대수인가요? 여왕님은 이 나라의 주인이잖아요." 라는 이야기에 가벼이 수긍할 정도로 이 나라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기존 왕실의 전통을 모두 내려놓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따르기로 한 모습은 영국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인정한 모습이다.

영화 초반부 왕실에서는 토니 블레어가 개혁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지만 진짜 개혁가는 엘리자베스 2세였다.

 

 영국 왕실이 뿜어내고 있는 향기가 짙은 이유는 영화 '더 퀸'에서 그려진 것과 같은 자기개혁을 이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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