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4. 13:16ㆍ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의견이 급격하게 양분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논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 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다룬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러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김재규를 김규평(이병헌)이라 부르고, 박정희를 박통(이성민)이라 부른다. 그리고 영부인인 육영수에 대한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박정희의 자녀인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또한 등장하지 않는다. 군사정변을 일으킨 김종필과 그 당시 신민당 총재인 김영삼과 같은 정치인들은 등장하지 않고 대사를 통해서만 언급된다.이는 이야기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고 김재규와 박정희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다.
박정희란 존재는 대한민국 보수를 떠올리게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을 거슬러 올라가면 자유한국당, 새누리당,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정당, 공화당의 변화를 겪어왔는데 미래통합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공화당은 박정희가 만든 정당이다. 대한민국의 보수라고 하면 북한과는 상당히 친하지 않은 섞일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그려지고 있는 보수의 상징인 박통의 모습은 북한과 상당히 가까워보인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그려진 박통의 모습을 바라보며 북한과 가깝다고 느껴진 이유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오남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김일성을 이야기할 때 무조건 나오는 키워드는 '혁명'이다. 그리고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통 또는 군사정변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혁명'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혁명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박정희, 김일성이 아닌 프랑스 대혁명, 대한민국의 4.19 혁명이다. 프랑스 대혁명과 4.19 혁명의 공통점은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박통과 김일성이 외치고 있는 혁명에는 사회 구성원의 자유를 담보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혁명을 통하여 얻게 된 자유를 헌법이라는 질서에 편입시키지 않고 자신의 권력과 사익을 누리기 바빴다. 박통과 북한은 혁명이라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반란 또는 권력을 독점한 독재자에 가까웠다.
"헌법마저 넘어서는 막강한 권력을 무기로 박대통령의 18년장기집권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초반부 중앙정보부에 대하여 논했다. 영화 초반부만 놓고 보면 중앙정보부가 상당히 나쁜 놈, 악역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영화의 결말까지 보면 중앙정보부처럼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는 기관이 자리하는 순간 기관을 관리하는 권력자의 부패가 시작된다는걸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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