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대한 생각

2020. 5. 24. 07:15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그냥 봉준호 감독을 좋아해서 그렇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모두 챙겨보진 않았지만, 최근 영화들은 다 챙겨봤을 정도야.

근데 해무는 안 봤네 ? 

 

 

 

 

- 기생충 같은 가족들.

 

  영화의 제목은 다른 동물들에게 달라붙어 양분을 빨아먹는 벌레인 '기생충'이다. 제목처럼 기택(송강호), 충숙(장혜진),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은 초호화 상류층인 동익(이선균), 연교(조여정)의 가정에 빌붙어 자신의 생을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인간을 벌레로 비유한 것은 정말 너무하지 않나?'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를 꾸준히 지켜보니 벌레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이 초호화 상류층 집안에 자신의 학벌을 세탁하여 과외교사로 들어갔을 때에는 가족들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꾸준한 수입을 벌기 위함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송강호)를 동익(이선균)의 운전기사로, 어머니(이정은)을 가정부로 들이려고 하는 과정을 놓고 봤을 때에는 벌레와 같은 매우 저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찢어지게 가난한 기택이네의 반지하 풍경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동정과 연민의 시선 바로 사라졌다. 열심히 일하고 있던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끌어내리고 본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태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그 누가 보더라도 충분히 기생충, 벌레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 공간이 말하는 또 다른 계급

 

 인간은 모두 똑같이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잠을 잔다. 하지만 살림살이에 따라 밥상과 화장실, 잠자리는 확연히 달라진다.

인간은 모두 공평하다. 그래서 모두가 똑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숨을 쉰다. 그런데 이 공기 또한 살림살이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류층 사람들은 높은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정원의 나무들과 공기청정기가 뱉어주는 맑은 공기를 마신다.

 하지만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이네 가족은 어떤 공기를 마시는가? 누군가의 발걸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먼지와 노상방뇨로 인해 발생하는 오줌과 섞인 공기, 방역기가 내뿜는 텁텁한 공기, 그리고 햇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습기찬 퀴퀴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간다.

 결국 어떤 공간에 머무는지에 따라 좋은 밥과 화장실, 잠자리를 누릴 수 있으며, 맑은 공기까지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간이 하나의 계급이다.

 

 공간이 계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동익(이선균)을 통해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말썽부리는 아이에게 '선을 넘지 말거라' 라는 말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는 이 선을 도의, 윤리, 예의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동익(이선균)의 운전기사가 자신의 뒷좌석에서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인걸 말할 때에도 "굳이 할거면 지 앞자리에서 하지 왜 선을 넘고 그럴까?" 라며 선을 언급한다. 여기서 선은 예의, 도의적 기준의 선이 아니라 앞자리와 뒷자리, 공간과 공간을 구분짓는 하나의 경계선이다,

 동익(이선균)은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지만 각자가 머물러야 할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계급에 따라 나뉘어진다.

 

 기택이네(송강호)가 원한 것은 단순 풍족한 수입이 아니라 하나의 안락한 공간이었다. 이 공간은 좋은 먹거리와 욕실, 잠자리를 넘어 따스한 햇살과 맑은 공기까지 품고 있는 공간이다. 영화 초반부 반지하에서 캔맥주에 과자를 즐기던 기택이네 가족은 동익이네(이선균) 가족들이 캠핑을 이유로 집을 비웠을 때에 그 공간을 차지하여 좋은 술과 욕실, 잠자리, 맑은 공기를 만끽했기 때문이다.

 

 공간은 그 사람의 안락함을 말해주고, 안락함은 그 사람의 위치, 계급을 말해준다. 그래서 수 많은 사람들이 예쁜 카페, 공간을 찾아다니며 인생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는게 아닐까?

 기택이네(송강호)가 아름다운 공간에서 술을 퍼마신 것은 예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와 크게 다를건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을 너무 미워하지도 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공간에 따른 안락함을 만끽하며 자신보다 불편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멸시하거나 폄하해선 안 된다. 이 영화가 나에게 안겨준 교훈이다.

 

 

 

- 재난은 불평등을 말한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태풍이나 호우는 빈부와 관계 없이 평등하게 불어닥친다. 하지만 평등하게 불어닥친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부자와 빈자가 받는 충격과 동일하지 않았다.

  호우는 부자인 동익(이선균), 연교(조여정)과 빈자인 기택이네(송강호)에게 평등하게 발생했지만 폭우로 인한 피해는 확연히 차이났다. 목이 좋은 자리에 위치한 동익이네(이선균)의 경우에는 고지대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배수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물이 단 한 방울도 고이질 않았다. 

 하지만 목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저지대 반지하방의 기택이네(송강호)의 집은 목이 좋은 집에서 흘려보낸 모든 폭우들을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마치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인하여 대기업이 받는 피해와 중소기업, 영세사업자가 받는 피해의 크기가 확연히 다른 것을 느끼게 한다. 

 

 우리 사회의 약자는 누구일까? 너도 나도 사회적 약자라고 소리내기 바쁘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다.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 대한민국의 약자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IT 강국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온라인 수업 인프라는 똑바로 갖춰놓질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공교육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질 못한다. 약자라고 하면 부의 크기를 놓고 비교하지만 튜표권의 유무에 따라 강자와 약자를 비교할 수 있다.

 물론 공교육과 관련된 정책들은 종종 볼 수 있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자사고 폐지 등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정책들은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투표권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을 위한 정책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는 투표권이 없는 학생 외에도 수 없이 많다.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들어주느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콜센터 직원과 아파트 경비원부터 시작하여 주어진 상황에 안주해야 하는 요양원의 어르신, 합리적인 절차에 의하여 해고당한 비정규직 직장인들이 대표적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은 누구인가? 결과만 놓고 보면 모두에게 평등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피해의 크기는 각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선 내 기주넹 의하면 빈자와 투표권이 없는 학생이다. 

 

 

- 꼰대는 귀를 막은 존재.

 
 앞뒤가 꽉 막힌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꼰대’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오히려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그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칙과 질서를 말하는 사람은 꼰대가 아니다. 옛날부터 이어져 오던 구시대적인 원칙과 질서여도 조직,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꼰대는 원칙과 질서를 강조하는 사람이 아닌 자기보다 아래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마이크를 혼자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원칙과 질서, 규율을 강조할 떄도 아래 세대에게 마이크 한 번 넘겨주는 지에 대한 유무가 꼰대, 지혜로운 어른으로 구분될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에서 갑질, 약자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갑질한 사람들을 욕하거나 본인은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 바쁘다. 그런데 정작 이들 중 대다수는 가정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거나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들어보지도 않고 원칙과 규율만을 강조하기 바쁘다.


 원칙과 질서, 규율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원칙과 질서만 바라보면 결과론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질서와 규율이 아니다.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갑질 뉴스, 약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바라보며 ‘난 아니니까.’ 라고 넘기기 보다 원칙과 규율만을 바라보느라 주위 사람들은 바라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한 번 쯤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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