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철의 여인에 대한 생각

2020. 10. 5. 13:03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영화 철의 여인을 본 이유는 왓챠가 추천해줘서..; 물론 왓챠가 추천해준 영화들은 나의 취향을 기반으로 한다. 내가 왓챠에게 추천을 받는 영화들은 대체로 실화 또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다.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영국 20세기 최장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철의 여인은 그녀의 정치적인 이야기보다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따분하고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식스센스급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식스센스의 절반인 쓰리센스(식스(6)의 절반인 쓰리(3)) 정도의 반전 내용도 담겨 있다.

 물론 마가렛 대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반전을 쉽고 빠르게 눈치챌 수 있겠지만, 나처럼 1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 삶이 신자유주의였던 마가렛 대처

 

 마가렛 대처가 남성들로만 가득한 정계에 여성이 발을 디뎠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많이 하는 현대 사회인들의 관점으로 봤을 때, 그녀가 남성들로 가득한 정치계에 어떻게 발을 디뎠는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그런 내용에 대해 가볍게 다룰 뿐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가렛 대처는 사회적 배려, 복지, 정책을 통하여 정계에 발을 디딘 것이 아닌 스스로 노력하여 쟁취했다.

 

 이 영화에서는 마가렛 대처에 대한 인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녀의 정치적인 업적이나 색깔도 그려진다. 특히 노조들의 대대적인 파업을 정면으로 맞서 임금 인상을 거부한 것부터 시작하여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 공공지출을 줄여 경제 부흥을 위해 힘쓴 모습도 뺴놓을 수 없다.

 그녀가 국가를 운영할 때 보여준 모습들은 신자유주에 기반한  정책들이었다. 그녀는 11년 동안 영국 총리직을 임했으며 20세기 최장 총리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이면에는 빈부 격차 심화라는 부작용을 야기했고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인두세를 도입하기 위해 강철처럼 맞섰지만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

 

 마가렛 대처가 영국 총리가 되기까지 보여준 모습들은 삶 자체가 신자유주의였음을 느끼게 한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시장에 소극적으로 개입하여 시장이 자유롭게 활동할 것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자유시장, 규제완화를 중시하며 복지 정책이 오히려 근로의 의욕을 감퇴시킨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그녀가 총리 자리에 오를 때까지 국가의 제도, 복지정책을 찾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쟁취했다. 여성으로 태어나 기존의 관습에 의존하지 않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남성들로 가득한 정계에 진출했다. 그녀의 삶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키워드는 '경쟁', '자립'과 같은 신자유주적인 것들이다. 인두세를 강조한 마가렛 대처를 꼰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정치적인 선택은 모두 그녀의 삶이 녹아있는 철학이었다.

 

 

 영화 철의 여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KBS 기자 출신, 한나라당 여성 정치인이었던 전여옥과 국회의원 김진애를 떠오르게 한다. 전여옥은 대학토론 배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KBS 기자로 재직할 때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층에 여자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을 참았다고 한다.

 

 국회의원 김진애 또한 1971년 대학생 시절, 800명의 동기 중 여학생이 단 한 명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서울대 공대에는 여자화장실이 없어 교직원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알쓸신잡을 통해 밝힌 적이 있다.

 기존의 비합리적인 사회에 순응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결고 지혜로운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불리한 조건에서 사회적 배려, 제도를 바라기에 앞서 경쟁, 자립정신으로 움직이고 이겨내 목표를 쟁취한 것은 그 어떤 여성보다 강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의 마가렛 대처는 힘 없는 할머니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강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신자유주의의 승리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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