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에 대한 생각

2020. 5. 1. 13:20영화 봤다 ㅋㅋㅎ/액션, 스릴러

 

 아무 생각 없이 백두산이란 영화를 봤는데 여기에 이병헌이 나온다. 얼마 전에 봤던 '남산의 부장들'이란 영화에도 이병헌이 나왔는데, 이병헌.. 정말 열일한다. 돈 많이 벌었겠다. 부럽다!!!!!!!

 

 영화 백두산은 백두산 폭발이란 자연재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연재난은 단절되어 있는 남한과 북한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백두산 폭발이란 자연재난이 아니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 재난은 한 국가의 독립적인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함께 이겨내야 할 문제다.

 

 

 

 - 재난이 불러온 무질서의 크기가 재난영화의 재미를 좌우한다.

 

 인류 문명의 질서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건 도로다. 도로가 제대로 갖춰진 곳은 질서정연하며 도로 위에 그려진 하얗고 노란 선과 빨강, 초록불을 비추는 신호등의 불빛을 중심으로 질서가 이뤄진다. 도로가 갖춰지지 않은 비포장 도로는 짜여진 질서, 규칙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고 양보와 배려를 기반으로 하여 움직인다.

 

 인간과 문명의 산물은 길을 따라 움직인다. 길, 도로는 인류 문명이 구축한 질서의 기본이다. 영화 '백두산'이 백두산 폭발이란 자연 재난이 발발했을 때 도로 위의 상황을 가장 먼저 보여준 이유 또한 백두산 폭발로 인하여 질서의 기본, 뿌리가 뒤틀렸다는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도로에 그려진 하얗고 노란선도 신호등이 비추는 빨강, 초록빛도 자연 재난 앞에선 아무 가치 없다. 자연 재난은 인류가 쌓아온 질서, 규칙을 무질서, 혼돈으로 바꿔놓는다. 

 

 백두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난은 노랗고 하얀 선도 신호등도 없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특히 백두산 폭발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남한과 북한에만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백두산 폭발로 인하여 무질서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게 된 존재인 남한과 북한은 양보와 배려를 통해 불규칙한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문명은 규칙적이지만 자연재난은 규칙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인들은 자연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이란 불규칙 속에서 규칙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는 자연재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의 자연재난 상황 속에서도 규칙성을 발견하여 해결하려는 과정은 수 많은 단서들을 하나하나 조합하여 범인을 찾아가는 셜록홈즈 영화를 볼 떄의 느낌과 비슷하다.

 

 재미있고 몰입감이 넘치는 재난영화는 무작정 예산을 떄려박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자연 재난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했던 상황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그리고 인류가 어떤 지혜를 발휘하여 무질서한 자연재난 속에서 새로운 규칙을 발견해 해결한 것인지 또는 어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서 자연재난을 이겨낼 것인지에 따라 좌우된다.

 영화 '백두산'은 재난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재미요소가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영화 '백두산'은 '재난'이 안겨주는 호기심과 스릴이 아닌 다른 가치를 전하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 전시작전통제권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의 모든 일정을 무너트렸다. 전 세계의 질서가 무너진 셈이다. 그런데 백두산 폭발은 전 세계가 아닌 남한과 북한의 질서만을 무너트렸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질서는 무너졌어도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들과 맺고 있는 약속, 질서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들과 맺고 있는 질서로 인하여 대한민국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전시작전통제권이란 약속이다. 대한민국의 군대 작전을 통제할 권리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군대를 투입하여 북한에 자리한 백두산 폭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은 대한민국의 이승만 전 대통령이 6.25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한국군의 지휘권을 맥아더 장군에게 모두 위임했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려 했지만 군 장성들의 강한 반발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인하여 연기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려 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연기시켰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다시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해 투입된 대한민국 군인들은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게 있다는 이유로 미군의 방해를 받는다. 대한민국의 무질서를 불러온 백두산 폭발이란 자연재난을 막아 국가의 안전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도 미국의 허락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백두산'이 그려놓은 전시작전통제권은 조금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전작권 회수의 가치가 얼마나 막중한 지에 대해서 깨닫게 한다.

 

 

 

 - 영화 '백두산'이 그려놓은 어설픈 대한민국 국군

 

 영화 '백두산'은 국군들이 대한민국을 자유롭게 수호하려면 전시작전통제권이 필요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는 살짝 일러 보인다. 작전에 투입된 조인창(하정우) 대위는 부대원들을 제대로 지휘, 통제하지 못하는 어설픈 모습을 보여줬으며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 또한 총기 오발과 같은 어설픈 모습을 노출한다. 더 나아가서 리준평(이병헌)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뒷통수를 맞는 모습은 당나라 군대가 따로 없다.

  영화 '백두산'에서 그려진 불안정한 대한민국 국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전시작전통제권은 당나라 군대인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쥐고 있는게 오히려 더 안정적일거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영화를 계속 보고 있으면 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씩 사그라든다. 작전에 투입된 대한민국 군인들은 멍청하고 우매하고 미련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조인창(하정우)대위를 비롯한 팀원들은 자신의 가족과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도망치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그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멍청함, 우매함, 미련함을 잊게 만든다. 영화에서 그려진 미군은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보다 대한민국에 거주한 미국인을 수호하기 바빴다. 결국 대한민국을 끝까지 수호하는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군이 아닌 멍청하고 우매한 대한민국 국군이다.

 

 

 

 영화 백두산은 재난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추리, 스릴러물의 쾌감보다는 대한민국이 현재 놓여있는 상황에 대해 직,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그것보다 수지 예쁘다. 수지가 이렇게 예쁜지 몰랐다. 그런데 분량이 짧아서 아쉽다. 오죽했으면 영화를 보면서 '수지가 작전에 투입된 군인이이었어야 해.' 라는 생각을 했을까.

 

왓챠 별점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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