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 부분이 찢어진 청바지는 어디서 입어야 할까?

2017. 6. 14. 16:03생각 했다 ㅋㅎ



6~7년 가까이 입으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바지가 찢어졌다. 그것도 사타구니 부분이.. 

이 쪽이 찢어진 이유는 아마도 내가 6.9cm의 한국인의 신체가 아닌 26.9cm의 흑형의 신체를 갖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오래 입어서 내 몸에 많이 익숙해졌던 만큼 정이 많이 들었던 바지다. 

정말 질리도록 입었다. 정말 편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만큼 같은 바지를 다시 사려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18만원.........;;; 이거 내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샀을 때엔 분명 8만원 정도였던거 같은데.. 

이게 어떻게 된거지? 6~7년 사이에 물가가 100% 가량 상승한건가? 아니면 이 바지의 브랜드 가치 또는 바지 원단 값이 100% 가량 상승한걸까? 아니면 바지 공장의 땅값이 올라서 임대료가 100% 상승한걸까? 

무엇보다 이 바지를 18만원주고 사고 싶지 않다.. 너무 비싸... 10만원이면 사겠는데.... 그리고 이 바지를 버리기엔 너무너무 아깝다. 그정도로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18만원이 껌 값인 사장님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이 바지를 입고 비밀스러운 부위와 사타구니를 노출하면서 다니면 사람들은 나를 거지새끼, 또는 변태로 오해할 것이다. 

 난 이 바지를 버리고 싶지 않은데.. 내 몸에 익은 바지를 계속 입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이 바지를 당당하게 입고 다닐 수 있을까? 

패션은 그 사람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난 변태니까 누드로 하고 다닐꺼야' 라고 하면 바로 잡혀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공간에서 적절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결혼식 장에서는 비키니를 허용하지 않고 바닷가에선 비키니를 허용하듯,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공간에서 허용되는 옷차림과 허용되지 않는 옷차림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사타구니 부위가 찢어진 청바지를 허용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한 번 생각해보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바지를 계속 입고싶거든 



1. 홍대

- 홍대에선 뭘 입어도 패션으로 봐줄 것이다. 

2. 이태원 

- 이태원에선 뭘 입어도 외국물 먹은 괴상한 패션의 외국인일거라 생각하며 이해해줄 것이다.

3. 퀴어축제

- 퀴어축제에선 T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놈들이 많기 때문에 사타구니 찢어진 청바지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4. 무인도

- 내가 뭘 하고 다녀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잠복해 있던 식인종이나 야생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다. 

5. 동남아 국가

-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사타구니가 찢어진 청바지, 겨드랑이가 찢어진 티셔츠를 입더라도 한국말만 씨부리고 다닌다면 날 존나 멋진 놈으로 봐줄 것이다. 하지만 무서운 형아에게 장기 털릴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역시 3번이 제일 좋을 것 같다. 

T팬티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사타구니 쪽이 찢어진 청바지 정도야 일반인이지!!!!!! 

하지만 노출을 허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공간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신체를 노출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일까 ? 

나는 퀴어축제에 단 한 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퀴어축제는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만 빼면 이성애와 다를 것이 없다.' 는 공공에서 자신의 동성애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퀴어축제 사진을 보면 티팬티를 입고 돌아다니는 남자나 이런 부채를 보면 동성애가 아닌 섹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거 만들 시간에 동성애에 대한 루머 중 하나인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주범' 이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는게 더 좋지 않을까? 

나는 여기 참가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고 사실 이런 자극적인 사진들만 보고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공공장소에서 이런 부채를 나눠주며 티팬티 입고 똥꼬 노출을 하는 사람들과 바바리맨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이성애라는 기존의 성윤리를 근거로 삼아 동성애가 옳지 않다고 규정하여 이들을 배척시키려는 생각도 문제가 있지만 

배척당한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문제(노출, 19금 부채 배포) 를 보호하고 감싸려는 사회 또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퀴어축제에서 이런 류의 자극적인 표현을 남용하는 사람들은 동성애 혐오를 이끌어내기 위해 활동하는 동성애 혐오자. 즉, 이중스파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다가 3번의 공간에서 사타구니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동성애를 혐오하도록 조장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사타구니가 찢어진 청바지를 퀴어축제에서는 절대 입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냥 홍대에서 입고 다니면서 패션 피플이 되어야지~~~~~~


 그리고 퀴어 축제에 참가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한다. 미국 같은 선진 국가들처럼 동성애의 인권이 보장된 나라는 선진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나라를 후진적이고 비문명적이라고 규정하는 사고, 단순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문명화의 징표인 것처럼 여겨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머문다면 동성애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보수적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반박 하더라도 미국, 유럽 같은 서구국가의 동성애자 얘기만 하겠지 정작 한국의 동성애 얘기는 하나도 하지 못할 것이다.  각 국가마다 다른 문화와 시각이 있듯 동성애에 또한 다양한 시각이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 동성애자는 그들만의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되며, 

나는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를 입고 퀴어축제에 참가해봐야겠다. 


올해 7월 15일 토요일에 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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