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0. 11:30ㆍ영화 봤다 ㅋㅋㅎ/SF, 판타지
예쁜 여배우가 나오나요? 제 취향은 아님미다
멋진 남배우가 나오나요? 제 취향은 아님미다
베드신이 나오나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내 취향이 아닌 남자 주인공은
여성의 나레이션에 맞춰 양치질을 한다.
나레이션은 남성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자세하게 묘사해준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로.
주인공은 기상시간은 물론 식삭시간, 커피 마시는 시간까지
매우 철저하게 계산하여 활동하는 사람이다.
이런 주인공의 철저한 삶을 나레이션이 설명해준다. 그런데
나레이션의 목소리가 영화를 보고 있는 나뿐만 아니라 주인공도 듣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나레이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냐며
열심히 되묻지만
정신병자취급 받는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점은 남자 주인공은 개인의 의지로 사는 것 같았으나
결국에는 나레이션의 이야기 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레이션이 말하는 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레이션이 말한대로 남성은 여성이 자기의 침대에 나체로 누워있는 여성을 상상하고 있음
하지만 이 영화는 12금이다.
"빵집을 나온 주인공은 하늘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주인공은 하늘을 향해 나레이션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나레이션은 주인공의 죽음을 선언했고,
죽기 싫은 주인공은
나레이션의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찾기 위해 움직인다.
- 나레이션은 철저한 삶을 사는 주인공에게 왜 죽음을 선언했을까?
12년 동안 항상 같은 시각에 일어나 매일 같은 패턴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에 대해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저한 사람' 이 아닌 '로봇 같다'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돈으로 시계를 살 수 있으나 시간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더라도, 나처럼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보기에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당히 이상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철저하게 사는 주인공의 삶은 그 어떤 충동에도 이끌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품은 멋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앞서 주인공의 삶에 대해 '로봇 같다'라고 폄하한 점이 조금 미안하긴 하다.
최저시급, 일급, 주급, 월급, 연봉처럼 노동에 대한 대가를 계산할 떄에 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현대인에게 시간은 돈 또는 생산력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생산적인 삶을 사는구나' 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그런 영화 주인공에게 '로봇 같다'라고 폄하한 내가 다시금 미안해진다. 주인공을 향한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자기계발 및 노동을 해야한다는 시간에 대한 인식을 품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시간을 허비하면서 시간에 대한 인식을 외면하고 있지만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시간 = 돈, 생산력' 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이제는 시간을 자유롭게 여기는 것을 부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다. 예를 들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행위인 여행을 자주 떠나는 사람들을 볼 떄 드는 생각처럼 말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의 시간은 돈처럼 소비하는 개념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주인공이 시간을 소비재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낭비하지 못하고 소중하게 아껴쓴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시간을 아껴쓰는 모습은 마치 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맘 편히 쓰지 못하는 인색한 구두쇠, 스크루지처럼 보였다.
생각해보면 문명은 시간을 더 벌기 위한 쪽으로 발전되어왔다. 대중교통, 정보통신기술, 인스턴트 식품들의 발전들과 지방흡입수술이라는 의학까지 보면 말이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문명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는지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을 구속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주인공과 같은 많은 현대인들은 시간을 자유롭게 누리기 보다 시간에 지배당한 존재로 전락한 게 아닐까?
기계처럼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삶을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매일 같은 삶을 반복하며 사는 삶은 죽는 것과 다를게 없기 때문에 나레이션이 주인공에게 죽음을 선언한 게 아닐까?
시간 속에 갇혀 사는 삶을 진짜 자유로운 삶,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참신한 스토리로 인하여 시간에 대해 또 다른 생각을 안겨준 영화였다.
왓챠 별점 4.5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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