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리턴즈에 대한 생각

2019. 10. 3. 15:03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범죄사건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다. 한 개인 또는 집단의 추악한 욕망과 이기적인 동기나 충동성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비합리적인 범죄 사건들을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정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바로 추리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재미가 바로 추리영화 또는 추리 소설이 안겨주는 가장 큰 재미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실마리를 알아가는 과정이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간의 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들이 이상적으로 여기고 있는 가치는 바로 합리성과 이성이다. 인간을 지배하고 옥죄고 있는 윤리와 도덕, 법, 제도들은 모두 이성과 합리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 명'탐정 코난', '소년 탐정 김전일'이 안겨다주는 멋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들은 누가 보더라도 흉악한 범인이지만 다짜고짜 개새끼 소새끼를 외치면서 멱살잡이를 하지 않는다. 확실한 증거나 물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심의 눈초리만 품을 뿐이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명 사회의 인간들이 우상화하고 있는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가치를 완전히 체화한 상태로 따르고 있는 신자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액션 영화에서는 일반인들이 따라할 수 없는 화려한 몸놀림과 과감한 용기를 보여준다면, 추리 영화에서는 일반인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를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감탄을 자아낸다.

 영화 '탐정 리턴즈'가 안겨주는 재미는 한국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는 점에 있다. '탐정'하면 전 세계적으로 셜록 홈즈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셜록 홈즈가 아닌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 탐정 김전일과 같은 만화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영화 '탐정 리턴즈'의 경우에도 셜록홈즈가 아닌 코난과 김전일과 함께하고 있었다. 특히 강대만(권상우)의 책상에는 코난 피규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김전일의 명대사를 읊으면서 탐정의 됨됨이를 말하곤 했다. 이 그림은 서 먼 나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정말 내 옆동네 사람의 이야기와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해줬다.

 한국에는 탐정이 없기 때문에 탐정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 대해 몰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셜록 홈즈까지 가지 않더라도 옆동네에 있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그려진 그림을 보면 이들은 '탐정'이라는 이름을 달고 경찰들과 범죄 사건을 함께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에는 '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만화나 영화 속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에 '탐정 리턴즈' 라는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탐정 리턴즈'는 기존에 만화나 영화에서 봐왔던 일반적인 탐정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경찰과 함께 범죄 사건을 함께 수사하는 그런 탐정이 아니라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 이유로 억울함을 품고 있는 시민들에게 돈을 받고 수사한다는 설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탐정 리턴즈'는 경찰의 미숙한 일처리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로 답답함을 호소하던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들을 대신 긁어주고 있어서 대리만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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