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제라블에 대한 생각

2019. 10. 7. 17:04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장발장(휴 잭맨)은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치고 탈옥을 시도하려한 죄로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된다. 판틴(앤 해서웨이)은 임신한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몸을 팔던 사실을 들통나버린다. 그녀는 일하던 공장에서 짤리고 사창가로 내몰린다. 생활고에 시달린 판틴 (앤 해서웨이)은 딸 코제트(아만드 사이프리드)의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긴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어금니까지 뽑아서 팔아넘기는 처량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처량함이 또렷해진 계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 몫했다. 처량한 판틴(앤 해서웨이)을 도와주기 위해 손을 내미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자리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장발장(휴 잭맨)과 판틴(앤 해서웨이)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패자 부활전이 없는 삶에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 '레미제라블' 초반부의 이야기에서는 윤리와 법이라는 렌즈로만 세상을 바라볼 경우 인간에 대한 몰이해를 불러 폭력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로 잘 풀어내어 빚어냈다. 일상생활을 살다보면 '법대로 하자!'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 사회에서 법은 하나의 정의이자 기본 원칙처럼 여겨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숭배하고 있다. 하지만 법의 집행자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법을 집행하는 자를 악역처럼 그려낼 떄에는 상당히 부패한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악역처럼 그려진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는 부패하지 않는 청렴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악역이라는 느낌이 짙었던 이유는 법이라는 하나의 구조를 정의와 일체화하는 시선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시선은 법이 말하고 있는 추상적인 명제라는 범주에 들어간 인물들을 모두 다 잡아들여야 한다는 무관용한 시선이었다. 법의 이면이나 오점을 바라볼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법만 숭배하고 따르는 또 다른 노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법을 집행자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는 법만 바라보느라 정작 법으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과 고통을 외면하는 사이보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법의 집행자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를 통해서 절대 선, 정의라는 탈을 쓰고 있는 법에 대한 회의를 제대로 그려내었다.

 법의 잔인함과 잔혹성이라는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보는 동안 참담하고 울적한 감정으로 가득할 것 같았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라서 대사 하나하나에 다양한 감정과 선율을 품고 있어서 울적함도 따분함도 느끼긴 힘들었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에 깨알처럼 등장하는 돈에 눈이 멀어버린 여관 주인,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을 사랑하는 에포닌(사만다 바크스)와 같은 조연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딱딱한 생각만 사로잡히기 보다는 다채로운 감정들과 생각들을 품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법의 노예인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에 대한 이야기만 품고 있었다면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는 내내 우울함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발장(휴 잭맨)은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와는 반대로 법의 이면을 포착하여 법이 품을 수 없는 정의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인간애를 잃어버린 영화 레미제라블 속 세상의 진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의 사랑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애틋하고 흐뭇한 감정이 뒤늦게 따라온다. 영화의 첫 맛은 쌉싸름했으나 끝맛은 매우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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