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에 대한 생각

2019. 10. 15. 14:25영화 봤다 ㅋㅋㅎ/SF, 판타지

 

 반지의 제왕 1편인 '반지 원정대'와 2편인 '두 개의 탑'은 3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이었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 3편인 '왕의 귀환'은 무려 4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을 품고 있다. 이 긴 시간동안 다채로운 담론들을 품고 있다는게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그려지고 있는 '호빗' 이라는 종족은 인간과 같은 외형을 지녔지만 키는 1미터 남짓으로 어린아이와 비슷한 체구를 지녔다. '호빗'이란 종족은 외형 뿐만 아니라 내면 또한 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낙천성을 품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할 법한 바보 같은 실수들을 끊임없이 저질러서 인물들을 위기에 빠트리곤 한다. 여기서 아이들이나 할 법한 바보같은 실수란 순수함과 낙천성이 짙은 호기심에 이끌린 행동에 가깝다. 호빗은 위험하라고 충고 한 마법사 간달프의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꼭 건드리거나 만져보고, 그 피해를 입고 나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아이스러움을 품고 있는 호빗들은 상당히 어리석다. 하지만 이 어리석음은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용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대한 마법사 간달프도 왕의 피를 이어받은 아라곤도 건들지 못한 절대반지를 호빗인 프로도가 옮겨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존재는 위대한 마법사이자 현인인 간달프도, 왕의 피를 이어받은 아라곤도, 영생의 삶을 살 수 있는 엘프족인 레골라스도,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었던 난쟁이의 피를 이어받은 김리도 아닌 꼬맹이와 같은 호빗, 프로도였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호빗을 어린아이의 특성들을 모두 부여해놓았다. 어린 아이와 아이가 품고 있는 순수성이 이 세상을 어떻게 진보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난 100년이 그들에게(호빗에게) 배울 것이 있지" 반지 원정대 시리즈에서 간달프의 말은 호빗의 순수함과 낙천성에 의거한 무모한 도전정신들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작인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에서부터 '왕의 귀환' 시리즈까지 여성인 에오윈은 전쟁에 참여하려 한다.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는 아라곤과 자신의 가족인 에오메르와 세오덴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세오덴과 에오메르는 전쟁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하면서 전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막는다. 하지만 에오윈도 인간이다. 여성이기 전에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임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에오윈은 수 많은 두려움들을 뚫고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나즈굴과 맞서 싸운 모습은 그 어떤 남성들보다 용맹하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보여준 에오윈의 행태와 용기는 로한의 역사서에 한 획을 그을만한 이야기인 히스토리(history)를 넘어 그녀의 이야기(herstory)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왕의 귀환'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오크의 이야기들도 품고 있다. 오크들은 항상 소리만 지르고 싸우기만 했지 그들이 어떤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우론의 지시에 절대 복종하며 싸우고 있는 오크를 바라보고 있으면 상당히 용맹한 특전사와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오크들의 일상은 전쟁터에서 보여준 균형있는 모습과 상당히 달랐다. 그들은 끊임없는 탐욕으로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바쁜 무질서, 야만스러움의 끝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사우론의 부대인 오크들이 세상을 지배하면 이 세상이 얼마나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울 것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배고픔을 느끼고 욕망에 이끌리는 존재라면 그 어떤 절대적인 힘과 가치를 품고 있다 하여도 모든게 무의미해진다는 걸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 엘프, 오크들에게 절대적인 힘을 안겨주는 반지를 쥐고 있다 한들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질 것이란 생각까지 안겨준다. 과거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었던 인간과,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었던 난쟁이처럼 말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힘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그래서 '두 개의 탑' 부터 '왕의 귀환'까지 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활동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에서는 '간달프-메리', '아라곤-레골라스-김리', '프로도-샘'.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어마어마한 힘을 품고 있는 사우론이란 권력을 견제하려 노력한다. 이 세 그룹 중에 어느 한 그룹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힘을 과시하여 조금이라도 오바 했다면 사우론의 힘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어린아이를 연상케 하는 호빗의 순수함 뿐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세 그룹이 있엇기 때문에 균형이 무너져버린 세상을 다시 한 번 재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신화, 판타지와 같은 다채로운 세계관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꿰뚫고 있는 다양한 담론까지 품고 있는 매력적인 영화다. 특히 엘프 특유의 심미적인 비유법을 쓰는 레골라스 대사, 인간을 꿰뚫는 간달프 대사, 아군의 사기를 돋구기 위한 로한의 세오덴, 아라곤의 대사는 메모장에 남겨놓고 싶을 정도로 주옥같다.

 

 이것두 왓챠 별점 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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