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에 대한 생각

2019. 10. 14. 15:23영화 봤다 ㅋㅋㅎ/SF,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은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의 후속작이다. 반지의 제왕 1이라 할 수 있는 반지 원정대에서는 3시간이라는 러닝 시간에 어울릴 법한 다양한 담론들을 품고 있었다. 이 수 많은 담론들과 긴 러닝타임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분하지 않았던 이유는 중간중간 나오는 레골라스의 화려한 액션과 김리의 몸개그가 한 몫했다. '프로도-샘', '아라곤-레골라스-김리', '메리-피핀'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다보니 따분할 때 즈음이면 다른 그룹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은 2002년도에 개봉한 영화로 상당히 오래되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봐도 불편한 점이 하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과 담론들이 자잘하게 담겨 있었다.

 

 로한 군인들은 오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백성들과 말들을 헬름 협곡으로 이동시키려 한다. 로한 군인은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는 말도 강제로 끌고가려고 한다. 이 풍경을 본 아라곤은 군인들을 제지하고 말의 고삐를 풀어준 다음 자유를 안겨준다. 만약 아라곤이 미래를 내다보는 인물이었다면 말은 무조건 데려가는게 맞다. 말은 수 많은 물자들을 헬름협곡으로 옮기는 데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며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게 되면 이를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라곤은 말에게 자유를 안겨주었다. 그의 행동은 동물복지, 동물권을 최초로 인정한 인물이라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자유를 얻게 된 '브레고'라는 이름을 가진 말은 아라곤이 쓰러졌을 때에 달려와서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에게도 감정과 인격이 있으며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그림이다. 

 

 오크들은 로한을 지배하기 위해 전쟁 준비를 치열하게 한다. 전쟁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했다. 그들은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 많은 나무들을 베어버린다. 그런데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세계관에서는 몇몇 나무들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오크들의 멈추지 않는 벌목으로 인해 분노한 나무정령 엔트의 모습은 자연을 훼손했을 때에 돌아오는 피해가 얼마나 무서운지 살벌하게 그려내었다. 특히 어마어마한 양의 물로 오크의 진영을 싹쓸이해버리는 그림은 나무를 벌목하면 홍수와 같은 재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식목일을 다시 빨간날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지 안겨준다.

 

 프로도가 골룸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현대적인 윤리관을 엿볼 수가 있었다. 샘은 골룸에게 '썩은 내~' 라고 부르면서 인격 모독적인 표현들을 서슴없이 뱉는다. 그런데 골룸의 행색이 지저분할 뿐이지 그는 인간처럼 인격이 있으며 감정과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존재다. 샘은 프로도에게 한 없이 다정한 존재였다. 하지만 골룸은 자기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발언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이는 마치 인종차별성 발언이나 혐오 표현들을 서슴치 않는 몰상식한 현대인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로도는 샘과 달랐다. 골룸을 여느 인간들처럼 똑같이 대하려 했다. 그래서 그를 옥죄고 있었던 밧줄을 풀어주었고, 자신의 유일한 식량이라 할 수 있는 렘바스 빵까지 나눠주었다. 더해서 골룸을 부를 떄에도 샘처럼 '썩은 내'라 부르지 않고 '스미골' 이라는 본명을 불러주었다. 골룸을 괴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에서는 절대반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품고 있었다면, 두 개의 탑에서는 절대 권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품고 있었다. 사우론은 로한을 멸망시키기 위해 전쟁을 열심히 준비한다. 그에 반해 로한은 전쟁을 준비하기는 커녕 오히려 평화를 외치면서 기존의 병사들을 쫓아낸다. 그 이유는 로한의 왕인 세오덴이 사루만과 그리만에게 정신적인 지배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로한이 왕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로마의 공화정처럼 권력을 분리시켜 놓고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면 헬름협곡에서의 전투를 비교적 수월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에 대한 회의는 헬름협곡 전쟁을 앞둔 세오덴의 혼잣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은 3시간이 넘는 러닝시간에 어울리는 것처럼 흥미로운 세계관과 전쟁씬과 더불어서 매력적이고 현대적인 담론까지 함께 품고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찬양하는 이유는 화려한 그래픽과 전투씬에 취한게 아니라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매력적이고 현대적인 담론에 취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매력적인 담론들이 중간중간 끼어들어 있으며 유머러스한 장면들과 화려한 액션, 전작인 반지 원정대 시리즈에서 드러난 인물의 특성들을 다시 한 번 되짚게 해주는 섬세함은 이 영화의 매력을 더더욱 돋보기게 했다. 

 

 이것두 왓챠 별점 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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