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런온 6회 봄 ㅋㅋ

2021. 1. 5. 22:07티비 봤다 ㅋㅎㅋㅎ/JTBC 드라마 런온

 

 

 

 런온이라는 드라마는 식상하기 짝이 없다.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이야기 또한 옛날 드라마에서 이미 경험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돈 많은 남자 주인공, 가난하지만 캔디 같은 여자 주인공.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가난한 여자 주인공의 집으로 들어가 그녀의 삶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면서 그녀의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식상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 진부한 세계와 캐릭터지만 기선겸(임시완)과 오미주(신세경)이 그리고 있는 관계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배려와 존중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 사랑은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것

 

 기선겸(임시완)은 텅 비어 있는 넓은 호텔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친다. 기선겸을 보고 있으면 그가 거주하는 공간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삶은 이른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깅하고 운동하는 것 외에는 없다. 그 와중에 육상선수 은퇴를 선언했으니 삶의 절반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것과 다를 게 없다. 호텔을 나와 본가로 돌아갔지만, 불이 꺼진 채로 텅 비어있는 집은 그를 반겨줄 가족조차 없다는 걸 느끼게 한다. 결국 그가 향한 곳은 오미주(신세경)과 박매이(이봉련)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었다. 기선겸의 행보를 보면 그가 찾았던 것은 새롭게 거주할 공간이 아닌 삶의 공허함을 채워줄 공간이었다.

 

 기선겸이 거주하게 된 오미주(신세경)의 집은 그가 거주하던 넓고 미니멀한 호텔과 분위기가 정반대다. 비좁은 집에 우겨넣은 각종 가구부터 시작해서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티커, 수납장에 들어가지 못해 밖으로 나와 있는 다양한 주방기구들은 비자발적인 맥시멀리즘에 가깝다. 이처럼 오미주가 거주하고 있는 집의 분위기는 기선겸이 거주하던 호텔의 분위기와 매우 다르다. 하지만 비좁은 집을 차지하고 있는 빼곡한 가구와 갈 곳을 잃어버려 바깥으로 나와 있는 주방기구들,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티커들은 기선겸이 품고 있던 공허함을 빈틈없이 채워준 것 같은 안락함을 느끼게 해준다.

 

 둘은 다른 분위기의 공간에 살고 있었지만, 삶 자체도 완전히 달랐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하는 기선겸(임시완)과 달리 프리랜서 번역가인 오미주(신세경)는 낮과 밤이 바뀐 삶을 산다. 그리고 기선겸은 매일 달리는 일을 하지만 오미주는 매일 앉아서 일을 한다. 완전히 다른 두 존재는 관계를 통해 서로의 빈틈을 채워준다. 오미주는 기선겸이 느끼고 있었던 삶과 관계의 공허함을 채워주었으며 기선겸은 오미주가 일을 하느라 외면하고 있었던 식사, 운동과 같은 건강을 채워준다. 완전히 상반된 두 존재는 마치 하나로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상호보완하여 서로가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한다.

 

 두 사람이 그리고 있는 관계를 보고 있으면,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쉽게 정의할 수 있다. 사랑이란 서로가 외면하고 있었던, 비어있었던, 결핍된 것을 채워주고 보완해주는 과정이다. 갖고 있는 직업과 가치관, 살고 있는 환경이 달라도 서로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다면 둘은 사랑할 자격이 충분하다.

 

 

 

 드라마 런온의 이 이야기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특별히 관심없다. 기선겸(임시완)과 오미주(신세경)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솔하면서도 특별한 관계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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