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생각

2019. 9. 28. 20:26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아픈 기억들을 모두 지워주면 과연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렇게 놓고보면 상당히 따분하고 진지한 영화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진지함과 사랑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갈등구조와 BGM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다. 그래서 네이버 별점이 9점이겠지. 이터널선샤인은 나에게 가장 큰 여운을 안겨준 최초의 영화다. 그정도로 애착이 강한 영화다.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물건을 향한 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 친구를 향한 사랑, 그리고 연인을 향한 사랑. 이 연인을 향한 사랑의 경우에는 다른 사랑들과 달리 특별하다. 남남 사이에서 가족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랑은 마치 한 핏줄로 이어져있는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을 상대에게 똑같이 돌려줌으로써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모습을 보인다. 남남인데 말이다. 하지만 핏줄로 이어져 있는 것보다 더 끈끈해보였던 한 쌍은 남남보다 더 못한 관계로 돌아설 때가 있다.

 연인들 간의 사랑을 보면 항상 그렇다. 한 핏줄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사랑을 하다가 언젠가 끊어져 버린다. 처음 느꼈을 때의 설렘과 감정들은 모두 날아가버리고 권태로움과 싫증만 자리하게 된다. 그런데 이별을 한다고 하여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었던 존재가 한 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마치 거세 당한 것과 같은 공허함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억을 지워버린다면, 거세를 통한 공허함을 날려버리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의료 기술이 생긴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은 기억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기억에 대한 해석의 결과물까지 함께 품고 있다. 결국 기억을 날려버린다면 기억에 대한 해석물까지 사라지게 된다. 만약 10년 동안 이어왔던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 지워버린다면 해석의 결과물까지 모두 사라지게 되어 사랑과 관련된 지혜들은 모두 다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10년 전, 사랑에 미숙했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영원히 사랑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기억을 날린 상태에서 사랑했던 상태를 만난다면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권태로움과 싫증이란 자리에 설렘과 기대 아름다움을 가득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MP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