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5. 16:53ㆍ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영화 인턴은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 새로움은 일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존재하질 않아 보기 힘든 그림이다.
내가 느낀 첫번째 새로움은 은퇴한 중년, 노년의 삶이다. 대체적으로 은퇴를 앞두신 분들이 가장 많이 꺼내는 말 중에 하나는 제2의 삶이 아닌 2의 직업이다. 그래서 다양한 아이템들을 구상하며 창업이나 프렌차이즈를 통해 제 2의 직업을 이어나가거나 제1의 직업과 연결되어 있는 제 2의 직업을 갖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영화 인턴은 살짝 다르다. 은퇴한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은퇴하고 나서 창업도 제1의 직업과 연결된 2의 직업도 아닌 완전 새로운 분야의 업종에서 인턴이라는 최하위 직급을 갖게 되었다.
은퇴한 노년의 신사인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인턴의 직을 갖게 되었다는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절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은퇴를 하고나서 항상 새로운 일상을 열심히 즐기려고 애썼다. 그동안 모아놓은 비행기 마일리지를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데에 썼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집 안에만 머물기 보다 매일 바깥으로 나가 사회구성원임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더해서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의 커리어는 멈췄지만 그의 삶과 열정은 아직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의 삶이 내가 느낀 두 번째 새로움이다.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인터넷 회사에서 고령의 인턴을 모집한다는 글을 본다. 솔직히 젊은 느낌으로 가득한 인터넷 회사에서 고령의 인턴을 모집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0에 가까운 코미디가 아닐까? 하지만 영화를 통해 현실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이러한 설정이 존재해야만 은퇴한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의 매력을 이야기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설정이 없었다면 그는 매일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손자와 소통을 하다가 장례식장에 가는 재미없는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가게 된 기업은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회사다. 여기서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은 인터넷과 아무 관계가 없는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에서 40년 동안 일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일을 하면서 은퇴할 때까지 자신의 상관 중에 여성이 자리한 경험은 거의 전무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상관이자 그것도 사장이 여성이라면 상당히 당황스럽지 않을까?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가 인턴으로 입사하는 데엔 가능하지만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노년 인턴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기질 않는 점이 첫번째 갈등이다. 그녀는 어른과 대화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의 태돈은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된다. 어른들 그것도 할아버지 할머니들 대다수는 '좋은 말'이라는 탈을 쓴 잔소리를 뱉기 바쁘기 때문이다. '나이는 가만히 누워서 숨만 쉬고 있어도 먹는다.' 는 청년들이 꼰대에 가까운 어조로 잔소리만 하는 중장년층들을 바라보며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영화의 주인공답게 그동안 삶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지혜를 통해 다양한 갈등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경외심을 갖게 한다. 내가 떠올리고 있는 중장년층들의 이미지는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관철시키려고만 한다. 하지만 밴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의 경우에는 관철이 아니라 폭넓은 경험과 지혜를 통해 상대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가 품고 있는 어른으로서의 성숙함은 가만히 누워서 숨만 쉬었다고 하여 얻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마음가짐과 말투, 표정, 처세술 등등은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수용했을 때가 아니라 흐름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를 바라보고 학습했을 때에 갖출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화 인턴은 70세 할아버지의 인턴 도전기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재미있게 볼 영화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이나 청년, 중년들도 다양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겪어봤을 것이며 그 사람들도 이제 곧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남얘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잠시 잊고 있었던 이상적인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렇게 살아야 겠다." 라는 생각을 갖게 해줄 수 있으며 그 아래의 세대들은 "이렇게 나이를 먹어야겠다." 또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품게 해준다. 영화 인턴은 '노년', '은퇴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교과서와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왓챠 별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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