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6. 14:33ㆍ티비 봤다 ㅋㅎㅋㅎ
얼마 전(?)에 종영했었던 JTBC의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의 재벌 2세 서도재(이민기), tvN 드라마 도깨비의 김신(공유), SBS 드라마 별에서 온 외계인의 도민준(김수현)을 놓고 보면 모두 남자다. 돈 또는 힘을 거머쥔 상태에서 드라마 속 세계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치던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남자였으며 이게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tvN드라마 '호텔 델루나' 는 이러한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장만월(아이유)을 바라보고 있으면 뷰티 인사이드의 오만하고 공허한 서도재(이민기), 싸움 존나 잘하고 오래 살았던 도깨비의 김신(공유), 싸움도 잘하고 돈도 많고 오래살았던 별에서 온 외계인의 도민준(김수현)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래서 '호텔 델루나' 에서는 존나 싸움을 잘해서 오만하지만 때로는 따뜻한 사람. 어마어마한 부와 힘을 거머쥐고 있어 관계의 우위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 과거의 상처를 품고 있어 호기심과 아련함을 자극하는 존재는 남자가 아닌 여성인 장만월(아이유)이다.
장만월(아이유)이란 캐릭터는 수 많은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남성 주인공의 특성들을 모아놓은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반면에 구찬성(여진구)은 항상 힘있는 남자에게 이끌려다니다가 상대의 오만함을 바로잡아주는 섬세한 여자 주인공처럼 그려진다. 특히 작고 가녀린 장만월(아이유)이란 인물이 여느 남성들보다 힘이 있고 어마어마한 호텔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 또한 기존의 위계를 뒤엎은 반전매력을 안겨준다. 그리고 장만월(아이유) 특유의 시니컬한 연기가 상당히 돋보여서 웃음 포인트가 의외로 많다.
장만월(아이유)의 말투는 차갑고 딱딱하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정이 간다. 그 이유는 지멋대로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다는걸 은연 중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장만월(아이유)의 김준현 먹방론을 듣다보면 한 사람의 행동과 이야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인물인지 가늠케 한다. 8회에 등장하는 복고풍 귀신 경아는 구찬성(여진구)에게 '민이', 장만월(아이유)에게 '숙희'라고 계속 부른다. 그러자 장만월(아이유)은 '구찬성(여진구)'에게 그의 이름이 아닌 '민이', 자신을 칭할 때엔 '숙희'라 한다. 장만월(아이유)의 말투만 놓고 보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으나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줄 아는 따뜻하고 섬세한 친구라는걸 알 수 있다.
어마어마한 힘과 돈을 거머쥐고 있는 장만월(아이유)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이유는 영혼이 없고 맥이 빠져버린 듯한 그녀의 말투 떄문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말투와 시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없이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무려 1,000 년이나 살아온 존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그녀의 혜안을 따라오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만월(아이유)는 등장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옷과 장신구를 착용할 정도로 화려한 인물이다. 하지만 영혼을 상실해서 맥이 빠져버린 말투를 듣고 있으면 속이 텅 비어버린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삶의 목표도 의지도 잃어버린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만월(아이유)는 끊임없는 소비를 통해서 밑빠진 독에 술을 들이붓듯 사치를 이어나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안겨준다.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빠져들게 하는건 두 남녀의 위계가 뒤바뀌고 장만월(아이유)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갈등과 이슈 문제들이 드라마에 녹아있었다는 점에서 몰입을 가중시킨다. 동물복지에 대한 문제와 청소년 범죄, 잔혹한 살인, 성범죄와 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서 삶과 죽음, 그것도 서양식의 이야기가 아닌 동양의 관점으로 바라본 죽음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상당히 참신하다.
'판타지' 하면 대체적으로 왕좌의 게임이나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서양식 판타지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tvN 드라마의 도깨비나 호텔 델루나의 경우에는 한국식, 동양식으로 재해석한 판타지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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