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 09:30ㆍ티비 봤다 ㅋㅎㅋㅎ
예쁜 여자 연예인이 나옵니까? 아니요;
칭구가 추천해줘서 봄;;;
지오디 멤버 다섯 명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방송인가보다
이야~~~ 칭구 덕분에 이런 것도 보고
싱기방기하다 신시가지 구시가지
도시가 가지가지하네~
만약 엠넷에서 이런 컨셉의 예능을 만들었다면 생판 처음보는 다섯 명의 사람을 모아다가 이 길을 걷게 했을 것이다. 합의 맞춰본 적이 없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의견충돌로 인하여 갈등이 생기고 막장 드라마가 시작되는거지. 그리고 이 중 누군가는 욕을 드럽게 먹으면서 화제성이 급격히 상승하겠찌?
하지만 이 방송은 JTBC!!
긴 시간동안 한 팀으로 활동해온 지오디를 섭외한 것을 봤을 때엔 갈등보단 단단한 팀워크와 배려를 통하여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위한 힐링 예능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목적지가 정해져 있어서 묵묵하게 걸어가면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한다.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노오오력을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더해서 도로에 그려져 있는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일이 없어 내가 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 없이 맘 편히 걸을 수 있다.
-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
나는 이 예능의 제목을 보자마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올랐다. 뭐 그건 중요하지 않고;
몇몇 한국인들은 저 길을 걷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볼 수 있다. "차라리 저 시간에 영어단어나 외우지;; 저길 왜 가?????" "저 시간에 알바를 하겠다" 등등 하지만 나는 저 길을 걷는 것이 상당히 가치있어 보였다. 다양한 나라의 예쁜 누나들을 만날 수 있거든.
길이라는 것은 사람이 편하다고 느낀 최적의 흐름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그렇게 길이 만들어지면 모든 사람들과 자동차는 그 길을 따라 간다. 이처럼 길이라는 것은 인류사회의 질서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길을 따라 걷는 다는 것은 하나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우린 이미 현실에서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인 '대학교 입학 - 군대 - 스펙쌓기 - 취업 - 결혼' 와 같은 정해진 길을 걷고 있는데 여기서도 누가 정해놓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시간 낭비가 따로없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인생의 길은 정해진 시간 내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질서로부터 이탈하거나 낙오되어 어디로 가야할 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시간제한이 없고 길을 잃을 일도 없으니 묵묵하게 걸어가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없으니 맘편히 걸을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길을 잃어버렸다가 아는 길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 행성의 길을 알면 그 행성의 다음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길을 알고 있다는 것은 질서를 알고 있다는 것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800km 라는 인간의 흐름이 묻어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질서를 따라가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길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며 추상적인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너무 오바인가??
- 멀리 가려면 함께가고 함꼐 가려면 질서를 지켜야
그런데 또 의문이 남는다. 다섯 명이 아니라 한 명이서 이 길을 걸었다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인터뷰 할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다섯명 단체로 이 길을 걷는걸까??? 출연료도 더 많이 들었을텐데;;;;
도덕(道德), 도리(道理), 도의(道義)에서 '도'는 모두 '길 도(道)'를 쓴다. 이처럼 도덕, 도리, 도의는 하나의 길과 같은 인류의 질서들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길을 걸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도덕, 도리, 도의라는 질서를 지켜야 한다.
의도한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1화에서 지오디 멤버들은 록키 OST을 듣다 신이 난 나머지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여 열심히 달리다가 결국 나중에 탈이나고 만다. 이처럼 함께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어느정도 제한하고 주변을 살피는 질서를 지켰을 때에야 모두가 큰 탈없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그림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어느정도 억누른 상태에서 질서를 지키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품어야 할 가치가 아닐까?
남북문제, 경제 양극화, 세대 갈등, 남녀 갈등, 저출산 현상, 높은 실업률과 자살률 등등의 문제들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으로 놓고 해결해야 할 문제, 빨리가 아닌 멀리 바라보고 가야할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려면 개인의 능력과 개성, 목소리를 높히기 보다 주위를 살피면서 질서를 갖췄을 때에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방송은 단순 지오디 다섯명의 멤버가 길을 걷는 예능으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품어야 할 가치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 여행이란
계속 걷는 예능이라 매우 지루하거나 다큐냄새가 날 것 같았지만 이는 경기도 오산이었다. 평균 나이가 40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장난을 치고, 힘이 들고 지쳐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듣다가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자유로운 모습들을 바라보며 재미와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오디 멤버들이 보여준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여행을 즐기는 마음가짐이 아니였을까?
바캉스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 바키티오 '자유로워지다' 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동안 자신을 억압하고 짓누르고 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자유로워졌을 때 진정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편한 사람과 함께 여행지의 자연과 문화를 교감할 때에야 마음이 편안해져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오디가 보여준 여행이야말로 '여행'의 사전적 의미에 가장 가까운 여행이 아니였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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