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대한 생각

2018. 6. 15. 21:19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꼬마아이가 만들어 놓은 모래성의 퀄리티를 보니, 새벽 5시부터 지금까지 모래성을 만든 것이 분명하다.

어머님이 꽤나 피곤하시겠군



넘어졌는데 귀엽네;;; 이러니까 괴롭히지;;


꼬마애가 친구에게 놀림을 받을 때마다 어머니는 "속으로는 좋은데 겉으로 그러는거야" 라며 위로해준다.



남자가 자신이 없어서 연락을 못하는거야.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 

라고 위로해주는 칭구들



남자가 네 전화번호를 까먹어서 그래.



남자가 사자에게 잡아먹혔나봐.


뻔한 거짓말로 마주한 현실을 가리려고 애쓰기 바쁘다.



소개팅을 했는데 연락이 없다.




소개팅에서 차이고 온 친구에게 '네가 못생겨서 널 싫어하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대화 코드가 안 맞았나보지' 라고 위로할 때가 있는 것처럼 주변 친구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표현한 영화였다. 더해서 여자 주인공의 컨셉이 너무 확실해서 지루함 없이 몰입하여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전체적인 흐름도 중요하지만 보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은 주인공의 컨셉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어느정도 현실성과 개연성이 있는 구체적인 컨셉이랄까?



대부분 정신승리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런데 급식시절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단어인 '자존감'이 요즘 자주 노출되는 것을 보면 요즘 사람들은 자존감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넌 할 수 있어' 보다 '자존감을 가져', '널 사랑할 줄 알아야지' 같은 위로가 많아진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은 과연 좋은걸까? 

어떻게 보면 정신승리를 하는 모습은 반쪽 자존감이 아닐까 싶다. 자신과 마주한 현실을 외면하고 다르게 해석하여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 대장이 소개팅 상대와 일주일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나랑 밀당하네 ㅎㅎ" 같은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자존감을 가져' 와 '널 사랑할 줄 알아야지' 는 어떻게 보면 같은 말이다. 자존감을 가지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마음을 품으라는 것이니까. 그런데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라는 것은 나의 단점까지도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확신을 가지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오만해져라' 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진짜 자존감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의 힘이면서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 못난 모습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주인공이 수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절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니였을까 싶다. 비록 반쪽 자존감이였지만, 자존감은 나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키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울해 하는 사람에게 '자존감을 가져' 라는 말을 하기보단 "우울한 모습도 존나 멋있네 ㅎㅎ 박보검인줄;;;' 라고 말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그래야 자존감이 생길테니까.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란 제목처럼 영화의 스토리는 타자를 향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어!!' 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는 자신과 만남 남성들이 자기를 좋아할 것이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메리(드류 베리모어)의 이야기다. 만났던 남성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지 않는 참혹한 현실을 왜곡하여 받아들여서 자기를 좋아할 것이라 끊임없이 긍정회로를 돌리고 있는 메리(드류 베리모어)는 바텐더와의 대화를 통해 '진짜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메리(드류 베리모어)는 그동안 왜곡하여 받아들였던 현실을 멀리하고 진짜와 마주하게 되지만, '그래도 상대가 날 좋아하지 않을까?' 와 같은 환상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또 상처를 받는다.그래서 이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몇몇 사람들은 '혼자 상처받을 바에야 사랑을 안 하는게 낫지!" 라고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계속 사랑을 해야한다.


 - 사랑을 멈춰선 안 되는 이유


 혼자만의 폐쇄된 관계가 아닌 무언가를 구축하게 해주고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둘의 관점을 형성하여 새로운 삶을 만들어주는 것. 내가 정의한 사랑이다. 새로운 삶은 동일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차이에서 비롯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때에는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 현실이 주는 시련과 고통을 감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생각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단순 인류애, 세계평과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닥쳐올 낯선 상황이라는 시련과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다 잃었을 때의 상처를 니가 알아? 그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사랑하라고?'라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사랑을 '영원성'이라는 범주 안에 가두고 있다. 사랑을 영원성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창출시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사랑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사랑을 본다면 사소한 것들, 사소한 인연들까지 사랑하게 된다.

 더해서 사랑을 '영원성' 이라는 범주 안에 넣고 있질 않다보니 지나가는 것들, 좋지 않게 끝났던 인연들도 자신에게 내적인 성장을 안겨주었다면 그것 또한 사랑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사랑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을 발견하기 위한 재발견에 재발견을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자칫하면 '여러 여자를 한 번에 사랑하는 바람둥이로 살아라' 라고 해석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또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메리(드류 베리모어)가 바텐더인 알렉스(저스틴 롱)을 만나서 대화하기 전까지는 진짜 사랑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오직 자기만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려 했기 때문이다. 둘의 관점을 형성하거나 상대의 관점으로 생각하려는 태도가 없었다. 뭐 본인이 사랑이라고 박박 우긴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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