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9. 17:45ㆍ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그 누구도 자유로운 의견을 외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 법으로는 강제할 수 없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점이 낮은 것을 넘어 논란이 많은 영화를 찾아보는 이유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다수는 불편해도 나는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 불교 숭배하는 영화
이 영화는 한글 창제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품고 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신미와 스님들이 한글을 창제하는 데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것처럼 그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영상을 보더라도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어둡고 칙칙하다.
이 영상은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맑다' 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어둡고 칙칙한 영상에 세종대왕을 담아놓으니 영화에서 드러나는 세종대왕의 무기력, 무능력함, 피로함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세종대왕의 무기력한 모습이나 칙칙한 영상으로만 봤을 때에는 세종대왕의 이면에 대해 꼬집지 않을까 싶었다.
예를 들면 18남 4녀의 자녀를 두었을 정도의 왕성한 성욕이라던가, 반찬투정이 심한 면들이라던가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땡중(고기를 먹었으니 가짜 스님임)들을 한 없이 떠받들기 바빴다.
세종대왕도 어찌하지 못했던 일본의 땡중들을 신미와 땡중들이 불경을 외며 바로 쫓아낸다.
다양한 언어들 특히 산스크리트어를 읊으면서 한글 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처럼 그려놓고 있다.
일개 떙중 주제에 위대한 세종대왕에게 절을 하지 않는 패기있는 모습을 보이거나
왕에게 큰 소리로 호통치며 개몽시키려는 장면들을 미루어 보아 이 영화는 한글창제, 세종대왕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신미라는 스님과 불교를 떠받들기 위한 영화로 보일 뿐이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배경이라는 흥행보증수표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역사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영화를 제작했다면, 영화 나랏말싸미는 불교 홍보에 눈이 멀어 역사적 고증에 대한 깊이가 한 없이 떨어진 영화를 제작했다.
최소한 땡중이 세종대왕에게 예라고 똑바로 갖추었다면 어느정도 몰입을 할 수 있었을텐데, 이 영화에서는 스님이 왕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그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한글을 창제하는 것에서도 신미라는 스님이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고 세종대왕은 뒤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처럼 그려놓았다.
영화 초반부에 '훈민정음의 다양한 창제설 가운데 하나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라고 미리 말해놓아 역사왜곡이라는 화살을 피하고 불교를 우상숭배하는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느낀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불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품을 수 있게 되었을까? 불상 앞에서 절하는 민머리와 그의 신도들 말곤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박근혜 탄핵을 외칠 떄나 일상에서의 시시비비를 가릴 때에도 종교적 교리를 외치기 보다 헌법 또는 그 아래에 있는 법 체계들을 읊으면서 옳고 그름을 외치고 있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다.
- 언어에 대한 이야기.
한글에는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면서 다양한 생각과 지식, 감정들을 교류하여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다양한 생각들을 교류하며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언어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을 굳이 꼽아본다면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훈민정음 창제설들 중 하나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간접적으로 엿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동안 수 많은 영화들 중에 언어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있었는데 내가 못본 것일수도 있지만)
물론 이 영화를 반갑지 않게 여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언어에 대한 깊은 생각이나 새로운 관념을 안겨주기 보다는 민머리 집단들을 치켜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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