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8. 14:19ㆍ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의 후속작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이다.
후속작의 차이를 하나 꼽아보자면,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가 늙었다는 점과 비포 선라이즈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비포 선셋은 프랑스의 파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비포 선라이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가장 궁금해할 법한 이야기는 6개월 뒤에 제시와 셀린이 비엔나 역에서 만났느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에피소드도 담겨있으니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특히 러닝 시간도 짧은 편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다.
- 키스 한 번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달달하게 느껴진 영화.
살짝 스포를 하자면 이 영화에는 키스씬이 등장하지 않는다. 로맨스, 멜로영화인데 키스씬이 등장하지 않는건 정말 충격적이다. 그런데 키스씬도 나오지 않는 건전건전한 비포 선셋은 전체 관람가가 아니라 15세 관람가다. 오고 가는 대화가 상당히 깊어서 그런걸지도?
나는 멜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처럼 '이런 대화'가 오가는 로맨스 영화라면 좋아한다. 앞서 말한 '이런 대화'가 자주 오갔던 영화를 꼽아본다면 님포매니악과 맨 프럼 어스가 대표적일거다. 물론 둘 다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는게 함정이지만.
내가 말하는 '이런 대화'는 인물이 자신의 생각만 배설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 근본까지 통째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대화법도 중요하지만 듣는 사람의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셀린은 "나는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어, 수질 보호운동이나, 화학무기 철폐운동, 환경법 준행을 감시하고 있지." 라고 말한다. 만약 제시가 "그렇구나~ 멋있네~ 화이팅!!" 이란 답을 했다면, 셀린은 더 말하고 싶어도 대화는 끝이 날 수밖에 없다. 영화 비포 선셋은 멜로 영화답게 제시는 "화이팅~!" 으로 끝을 맺지 않고 "그래서 너의 업무는 무엇이니?" 라고 되묻는다. 셀린이 자신의 세계를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제시가 이렇게 되물을 수 있었던 이유는 셀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애정 어린 시선'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시선이야 말로 로맨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드러나야 할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에서는 이런 시선이 드러나있질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와 같은 느낌으로 입술을 비비거나 살결을 느끼면서 둘의 감정을 표현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은 진짜 진정한 소통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이런 각본을 쓴 사람은 어른들이 말하는 '젊은 것들'의 감성이 녹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옛날 것들'은 정서적 교감을 상대를 알아갔지만 '젊은 것들'은 신체적 교감을 통해 상대를 알아가고 있다는게 요즘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로맨스 영화는 정서적 교감이란 대화가 아니라 신체적 교감이라는 포옹이나 키스에만 집중하고 있는게 아닐까?
영화 비포 선셋에서는 끊임없이 걷다가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이 대화는 상당히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이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한 사람만 낭만적이라 하여 완성되는게 아닌 서로를 향해 낭만적인 시선을 품었을 때에야 가능한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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