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9. 16:04ㆍ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비포 시리즈의 첫번째인 비포 선라이즈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배경으로,
두번째인 비포 선셋은 프랑스의 파리를 배경으로 했다면,
세번째이자 마지막 시리즈인 비포 미드나잇은 그리스의 카르다밀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 단단한 관계
비엔나, 파리와 달리 그리스의 카르다밀리는 국내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생소한 도시이자 여행지이다. 그런데 비포미드나잇은 왜 이 곳을 향했을까? 그런데 영화 비포 시리즈에서 어떤 도시를 배경으로 찍었는지는 1도 중요하지 않다. 제시(에단 호크), 셀린(줄리 델피)가 나누는 대화들을 듣고있다보면 이 둘이 우주에 있다 해도 모를 정도로 둘 만의 세계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비포 선라이즈, 파리를 배경으로 한 비포 선셋을 보고도 비엔나와 파리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은 1도 느끼지 못했으며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제시와 셀린이 나누는 대화와 시선의 아름다움을 나 또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더욱 크게 느껴졌을 뿐이다.
세번째 이야기인 만큼, 비포 미드나잇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는 중년이 다달았을 수도 있고 중년의 나이에 가까워졌다는걸 얼굴의 주름살을 통해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비포 시리즈 답게 이 둘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애틋함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특히 이 세상에 단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애틋한 중년의 커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그 위기는 비포 첫번째 시리즈인 '비포 선라이즈' 초반부에 나왔던 중년의 독일인 부부가 기차 안에서 말다툼을 했던 그림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 당시 젊은 셀린은 중년의 독일인 부부의 말다툼을 보고 "커플이 나이가 들수록 상대의 얘기를 듣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중략) 서로 죽이기 보다는 함께 늙어가라는 자연의 처사입니다." 라고 평을 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의 셀린을 말만 들었을 때에는 중년의 부부가 말다툼을 할 때에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 지 구체적으로 가늠하기 힘들다. 그런데 비포 선라이즈에서 셀린이 중년 부부를 바라보며 했던 말을 비포 미드나잇에서 직접 보여준다.
비포 시리즈에서 보여준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가 보여준 대화법은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화법 중에 하나다. 연인 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사이에서도 이런 대화를 한다면 서로의 관계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이 둘이 나누는 대화는 사랑을 나눌 때 뿐만 아니라 서로 다툼을 할 때에도 요긴하고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예를 들어서 "다리 좀 떨지마." 라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내가 진지한 얘기를 할 때에는 다리를 떨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리 떠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느라 내 이야기를 듣는 데에 그 어떤 에너지도 할애하는 것처럼 느껴지질 않아서 불쾌해." 처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서로의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가 마련되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데에 더 용이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는 수 많은 대화를 나눈 커플이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모든 것들을 꿰고 있다 하여도 오바 육바 쌈바는 아니다. 그 이유는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는 대화, 언어라는 다리가 튼튼했기 때문이다.
로맨스, 멜로 영화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꼽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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