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에 대한 생각

2019. 11. 11. 14:17영화 봤다 ㅋㅋㅎ/액션, 스릴러

 

 

 

 영화 '조커'는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인 조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악당으로 활동하는 조커의 이야기가 아닌 그가 악당이 된 배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그가 처한 상황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잔혹성이나 악당이 된 이유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밖에 없는 묘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조커의 본명인 아서 플랙(호아킨 피닉스)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인식을 품던 친구다. 그런 인식에 과하게 지배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뜬금 없이 박장대소 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이 증상은 뇌를 다쳐서 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터져나오는 그의 웃음을 바라보고 있으면 뇌 신경의 손상이 아닌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웃은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조커인 아서 플랙(호아킨 피닉스)은 "정신질환의 나쁜 점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닌 척 해야한다." 라 말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정상인인 척을 해야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인인 척을 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을 안겨준다. 아서 플랙( 호아킨 피닉스)처럼 잘 웃고 다니는 사람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좋다. 다양한 상황에 공감할 줄 알고 항상 밝은 마음을 품으며 모든걸 긍정적으로 해석할 줄 아는 둥글둥글한 사람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 웃어서 문제인거지.

 멈추지 않는 그의 웃음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노동자를 떠오르게 한다. 그들이 일을 하는 동안에 할 수 있는 감정 표현은 오로지 웃음 뿐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진상 손님이 등장해서 당황스럽거나 화나거나 슬퍼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표현은 멋쩍은 미소, 웃음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표정, 감정을 표한다면 현재의 자리에서부터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커인 아서 플랙(호아킨 피닉스)이 항상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도 있겠으나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한 서열 미국 맨 밑바닥에 자리한 존재였다. 그는 불합리한 상황이 자기에게 벌어지고 있어도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웃어야 했다.

 조커인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의 멈추지 않는 웃음은 뇌의 손상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그가 뱉은 말과 마주한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사회적 가면, 생존하기 위한 처세술로 느껴져서 더더욱 가슴이 아프게 느껴진다. 그리고 취약계층이 내보이는 웃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조커, 아서 플랙(호아킨 피닉스)는 유머감각이 제로인 사람, 웃음 포인트를 잡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하다. 그런데 웃음이라는건 하나의 공감이다. 지금 초등학생들 앞에서 전두환 성대모사를 하면 무표정이지만, 50대 이상의 어른들 앞에서 전두환 성대모사를 하면 웃음포인트를 자극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조커, 아서 플랙(호아킨 피닉스)이 유머감각이 없었던 이유는 웃음포인트인 공감요소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 공감대를 포착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함께 공감해주고 아파해준 존재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는데 그가 어떻게 타인과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여 웃음을 안겨줄 수 있을까?

 조커 '아서 플랙'의 꿈은 코미디언이었다. 그래서 코미디언의 드립들을 꾸준히 들으면서 재미있었던 부분들을 메모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코미디언이라는 꿈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코미디언보다 사람들을 웃게해주고 싶은 갈망이 상당히 큰 존재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웃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진정한 꿈이 코미디언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에 누군가가 들어주고 공감해주길 바라는 꿈이었지.

 이 세상에 그를 공감해준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어린 시절의 배트맨까지 등장해서 다음 이야기를 더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다음 이야기가 나올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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