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5. 14:41ㆍ영화 봤다 ㅋㅋㅎ/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각양각색의 의견이 쏟아졌던 영화 82년생 김지영 봤다.
어떤 이유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겠지만 남녀 사이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평가 하나로 정치적인 성향을 결정지어버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마치 빨갱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남성들은 이 영화가 과도한 피해망상에 의해 쓰여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의 엔딩 크레딧 맨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이다.'
영화 속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각양각색의 사건들이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어느 한 사람이 모두 짊어지고 있는건 아니라는걸 인정하는 셈이다.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아니라 김지영 한 사람을 통하는 것이 훨씬 더 낫기 때문에 이러한 구성을 짜놓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피해망상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으로 생각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대현(공유)의 잘못
대현(공유)는 지영(정유미)에게 정신과에 가보기를 권한다. 지영(정유미)가 다른 사람으로 빙의된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 권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대현(공유)에게 있다. 대현(공유)는 지영(정유미)를 환자로 규정로 규정한 것이다. 환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무기력한 존재다. 병실에 가만히 누워 의사의 이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하는 무기력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대현(공유)가 지영(정유미)를 보호를 받아야 할 무기력한 환자로 규정해버려서 지영(정유미)가 스스로 이겨낼 의지를 꺾어버린 셈이다.
대현(공유)는 지영(정유미)를 보호받아야 할, 무기력한 환자로 규정해버린 나머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들어준다기 보다는 본인이 돌봐주고 살펴야 할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한 나머지 그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질 못한다. 그녀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조차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 맘충이란 단어의 왜곡
이 영화에서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도 나온다. '맘충' 이라는 단어를 과잉 왜곡한 장면이다. 지영(정유미)는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카페에서 커피를 흘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말을 뱉는 사람이 한 두명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뱉은 사람이 병신 취급을 받지 당연시 여기지 않는다. '맘충'이라는 말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머니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수 많은 민폐를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엄마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른건 몰라도 이 장면 만큼은 가장 큰 옥의 티라고 생각한다.
-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남성들의 혐오
몇몇 남성들은 이 영화를 상당히 혐오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주변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본인의 엄마가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절대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가 겪었을 삶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관점으로 접근을 한다면 좀 더 와닿지 않을까? 더 나아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잘못된 인식과 관습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하지 않을까?
물론 남성들이 이 영화를 혐오하는 이유는 어머니가 겪어봤을 법한 삶의 고통을 모르기 떄문에 그런게 아니다. 피해를 입은 어머니 세대가 아닌 젊은 여성들이 유난피운다는 점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상불평등지수에서 대한민국은 0.06점을 기록했다. (0점이 완전 평등이고 1점이면 완전 불평등) 스위스는 0.039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슬로베이아. 핀란드, 아이슬란드에 이어 대한민국이 10위에 자리했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 중 성불평등지수가 가장 낮으며 북유럽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물론 이 지표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한정된 영역으로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세계 경제대국에도 노숙자가 있는 것처럼 성불평등지수가 가장 낮은 스위스라고 해서 불평등을 겪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김지영(정유미)의 언니인 은영(공민정)은 세계지도를 살펴보며 한국인이 없는 북유럽 국가에 가고 싶다 했다. 그녀가 북유럽을 선택한 것은 성불평등지수가 가장 낮았기 때문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성격차지수는 120위 권이라고 한다. 만약 성격차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를 선호했다면 높은 순위에 위치하면서도 한국인이 없을법한 국가인 르완다나 남아공을 선택했을 것이다.
요즘은 세상이 좀 좋아져서 '82년생 김지영'을 놓고 모든 여성의 이야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내려온 잘못된 인식과 관습들을 한 번 쯤은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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